라이프로그


만 6세, 셀프컨셉 by Alyson

어제 밤, 매일 잠들기 전 마치 의식처럼 치러지는 '발등 흉터 위에 크림 바르기'를 하다 말고 아이는 펑펑 울었다. 기역자로 선명히 남은, 울퉁불퉁한 켈로이드 흉터를 따라 크림을 바르다 말고 'I sometimes just don't want to see this'라 말하며 펑펑 우는 녀석이라니.

순간 할 말을 잃고 그저 안아주었다. 평소 신기하리만치 늘 웃는 아이지만, 가끔은 다리를 보며 슬프고 괴로우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할때 언제든 마음놓고 꺼내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는 만큼, 이런 일이 있을때 내가 할 일은 억지 위로가 아니라 그저 들어주고 안아주는 것.

오래 지나지 않아 진정하고 잠이 든 아이를 두고 씻으러 들어가선 물을 틀어놓고 나도 한참 울었다. 가끔은 나도 너도 이렇게 울어내야, 또 다시 서로 부둥켜안고 사랑한다 말하며 커다란 발을 쓰다듬고, 울퉁불퉁 다리에 입맞추며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테지. 내 발등 위에 올라서서 함께 걷기를 좋아하는 너는 그토록 사랑스러운데, 내 왼쪽 발등에 얹히는 네 오른발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 순간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무너진다. 휠체어를 탄 무용수가 등장하는 영상을 보고 와선 발레 동작을 선보이는 네게, 사실 너도 다리가 이렇지만 않았어도 발레를 배울 수 있었을 거라는, 차마 밖으로 내뱉을 수 없을 그 말을 삼켜야 했지. KT와 함께 만 6세를 맞은 우리의 겨울밤이, 이렇게 또 하루 지나가고 있다.

2018 결산 by Alyson

- 책 출간: 남편의 엄청난 부추김으로 시작한 일. 결과는 참담. 안 팔리는 책 내놓는 바람에 지구에 몹쓸 짓 한 게 되어버림. 그리하여 다음 책은 영어로 내는 걸로. ㅋㅋㅋㅋ

- 면허 딴 지 1년, 무사고 경축: 경찰한테도 한 번 안 걸린 모범(!) 운전자. 231 타려다 깜깜한 출근길에 역방향으로 들어서서 죽을 뻔 한 건 안 비밀. 다행히 중간에 풀밭이 있어서 얼른 핸들 꺾어 풀밭으로 뛰어 들었음. 내가 맨 첫차였어서, 너무 어두운 길이었어서 일어난 일. ㅠㅠ

- 취업: J2 비자로 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비자 관련 서류 업데이트 되자마자 취업허가증을 신청함. 거의 넉달 만에 통과. 취업 허가 통과 나자마자 산이 다니던 헤드스타트 어린이집에 지원, 10월 중순부터 보조교사로 업무 시작.

- CDA 자격증: 취업이 되었으므로 드디어 내 돈 안 들이고 자격증 취득 가능. 헤드스타트의 재정 지원을 받아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절차를 밟음. 1월 중에 시험 보고, 가능한 빨리 나머지 인증 절차를 마무리 할 계획

- <정치하는엄마들> 온라인 운영위원회 참여, 매우 좋은 경험이 되고 있음. 흥해라 <하마들>!

만 5세의 모욕감 by Alyson

유치원 생활 두 달만에, 아이는 처음으로 굉장한 수치심을 느낀 것 같다.
작년에 만들어 입힌 플리스 소재의 바지가 있다. 하늘색 바탕에 빨강 파랑 별이 크게 여기저기 찍힌.
따뜻하고 예쁘다고 즐겨 입던 바지고, 작년에 어린이집 다닐 때 반 친구들이 '예쁘다'고 좋아했던 바지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올겨울을 날 겨울 바지를 구비할 새가 없어서 일단 그 바지를 꺼내 어제 세탁을 했고,
오늘 아침 그걸 본 아이는 반가워하며 바지를 꺼내 입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바지라며.

근데 하필 그 바지에 진짜 안 어울리는 윗옷을 골라 입었는데, 평소 웬만하면 그냥 애가 선택하는 대로 놔두는 게 우리 방침이다 보니 오늘 아침에도 그냥 한번 피식, 웃기만 했을 뿐 애한테 굳이 어울리네 안 어울리네 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근데 그게 나의 불찰이었다...

3시 반에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아이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아니나다를까 아이는 날 보자마자 울상이 되어서는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고 털어놓았다.
반 친구들이 그 바지를 보고 '잠옷바지를 입고 학교엘 왔냐'며 놀렸다는 거다.
그 중에서도 특히 두 아이가 심했는데,
잠옷바지가 아니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단다.
애의 묘사에 따르면 거의 뭐 '얼레리 꼴레리, 잠옷 입고 학교 왔대요' 수준.
그래서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고, 특히 두 아이 중 한 아이의 이름을 대며 결국 하루 종일 그 아이와는 말도 하지 않고, 같이 놀지도 않았다고 했다. 하루 종일 '거의 울 뻔' 했고, 계속 기분이 나빴으며, 그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집까지 오는데 이미 아이 눈가며 코끝이 빨개진 게 보였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래서 엄마 보자마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 했더니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울먹울먹.
'엄마한테 말해줘서 고마워' 하고는 손을 재차 잡으며 집으로 들어왔고,
들어와서 신발 벗고 코트 벗자마자 한동안 안아줬다.
(이 대목에서 나도 거의 울 뻔 했다 ㅠㅠㅠㅠ)

좀 안아주면서 보니 울고 싶어하는 것도 같아서,
지금도 기분이 나쁘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면서 안고 흔들흔들.
'오늘 산이 나쁜 하루였네, 마음이 힘들었겠다, 이제 집에 왔으니 좀 낫냐'
했더니 그렇다고 또 고개를 끄덕.
'자꾸 눈물이 좀 나' 하고는 고인 눈물 닦아내는 정도에서 끝났다.
좀 속시원히 울어도 좋았을텐데 그러진 않았고,
그래도 엄마랑 안고 얘기하고 같이 눈물 닦고 그러니 좀 나은 모양.

다만, 그 '문제의 바지'는 다시는 입지 않으시겠다고 선언.
바지 벗자마자 얼른 받아서 고이 접어 내 서랍장에 넣어두었다....

이 정도로 강한 모욕감을 느낀 건 처음이지 싶다.
오히려 다리 문제에는 이상하리만치 무덤덤한 듯 구는데,
또래 집단에서 겪는 이런 소소하고 답답한 갈등 구도에 대해 점점 더 알아가고 있는 듯.
요즘 다른 아이들 사이에 오가는 실랑이를 지켜보고는 집에 와서 내게 얘기하며 나의 의견을 묻거나 자신의 의견이 정당한지를 내게 확인하는 일이 늘고 있는데, 지금 이 관계를 잘 쌓아 놓아야 십대 시절의 고비를 수월하게 넘길 수 있으리라는 데에 동의한 바, 앞으로도 열심히 이 부분을 고민하며 나아가야지. 지금 이 시기, 아이가 무슨 이야기든 내게 털어놓을 때 마음을 다해 듣고, 진심으로 '엄마에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잘 하고 있어, 산, 그리고 이슬.



종이 케이크 by Alyson

아들이 선물해 준, 종이 케이크.
요즘 그림이 더욱 화려해지고 있다.
케이크엔 꼭 '체리 온 탑'(맨 위엔 체리 하나!)을 올리시는 아들.
이렇게 만들어선 내게 주고, 가위를 갖다준다.
가위로 썰어 먹으라는 뜻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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