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다섯 살 생일 by Alyson



고구마크림을 품은 당근 케이크. 
생크림 짜는 작은 기구들이 다 도망가버린지 오래라 
겉면엔 생크림을 올린 다음 솔로 빙글 빙글 돌려가며 나름의 장식 효과를 내고 ㅋㅋ 
색색의 마쉬멜로우와 할머니들이 공수해 준 숫자 초, 해피버스데이 장식을 올려서 마무리. 


아침엔 케이크 굽느라 바빴고 저녁엔 김밥 마느라 바빴던 하루. 
호되게 아픈 뒤라 그런지 식욕이 별로 없어서 가뜩이나 잘 안 먹는 애가 더 잘 안 먹는다. 
그나마 김밥은 좀 먹으니 이거라도 먹으라는 생각에 저녁으로 김밥을 만들어서 이렇게 놓고 사진을 찍었다. 

생일날마저 병원에 있었으면 매우 우울할 뻔 했으나 천만다행. ㅋㅋ 



버티는 인생, 그럼에도 카르페 디엠 by Alyson

올 연말 정말 힘들다. 
내 인생 지금껏 뭐하나 잘 풀린 적 없는게 사실이지만, 
하다 하다 이렇게까지 몰리니 정말이지 그냥 하루하루 버틸 뿐 뭐 다른 길이 없다. 

그럼에도 카르페 디엠, 시즈 더 데이. 
그저 하루 하루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아갈 뿐. 
돌봐야 할 아이, 
돌봐야 할 KT 한국 모임 온라인 까페, 
돌봐야 할 글. 
그것들이 있어 또 한시간, 또 하루, 붙들어가며 산다. 

이 길고 긴 기다림의 암흑 속에서
당연히 나보다 더 괴로울,
그럼에도 아무 말 없이 그저 버틸 뿐인 당신에게도,
카르페 디엠.  

첫 염증, 응급실, 입원 by Alyson

11월 29일 밤 열시 반 경

- 자던 애 숨소리가 이상해서 내려다보니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붕대 감은 다리를 가리키며 아프다고 했다. 그 날 아침부터 수술 부위 중 한 군데가 벌어져서 낮 내내 그 부위를 좀 감아주고 있었고, 잘 때도 에이스 랩으로 한두바퀴 감은 상태였다. 열이 조금 나는 것 같아 옆 건물에 사는 리메이네 체온계를 받아와 측정했을 때 화씨 99도, 그러니까 37도 약간 넘는 수준이었는데, 평균치로 보면 이건 고열이 아니지만 산이 평소 상태로 보면 얘한테는 이게 열 나는 상태인 게 맞았다. 벌어진 수술 부위가 감염되어 시작되는 염증일 것으로 판단하고 당직 의사와 통화 후 해열제를 자정에, 항생제(아목시-클라브)를 처방 받아 새벽 한 시에 먹여 재웠다. 그 날부터 약 5일간, 항생제를 먹이며 상황을 지켜봤는데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 항생제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피부트러블이 오른쪽 허벅지까지 올라왔는데 약간의 가려움증과 통증 외에 특별히 나빠지지는 않았고, 닷새 후 항생제를 끊었다. (7일 사이클을 다 돌리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잠시 고민하고 최종적으로는 5일, 10회 복용 후 끊은 게 됐다)

아목시-클라브를 10회 복용 후 끊은 다음 며칠간 아무 일 없었다. (벌어진 상처는 그대로였..던게 아니고 첨에 한 개 였던 게 두개, 세개까지 열렸구나...) 

12월 8일 저녁

- 굿윌에서 쇼핑을 하는데 애가 걷는게 이상한 게 눈에 띄었다. 아프냐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했고, 아픈게 아니면 똑바로짚으라고 몇 번 말했는데 쇼핑 후 집에 돌아와서도 발을 잘 짚지 않으려고 했다. 곧 잘 시간이라 그냥 넘기고 평소대로 9시~9시 반 사이에 재웠는데, 30분이 채 되지 않아 애가 힘들어하는 소리가 났다. 열이 엄청 있거나 한 건 아니고 뭔가 불편해 보였는데, 처음 한 시간 정도는 다음날 있을 진료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그러는 거 아닐까 생각했다. 애가 계속 "내일 실 빼러 가는거냐"며 불안해해서 말이지..('내일' 있을 진료라는 게 수술 후 처음으로 닥터 톨파디를 보러 가는 거였다. 아침 8시 15분 약속이었기 때문에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7시 전에 출발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웬만하면 애를 달래서 재워보려고 했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애가 눈에 띄게 불안해지면서 열이 올랐고, 애가 눈을 감았다가도 다리를 움찔거리며 아픈 기색을 비쳤다. 그러다 소변 보러 가고 싶다고 해서 애를 일으켰는데 오른쪽 다리를 전혀 짚지 못하고 살짝만 바닥에 스쳐도 아프다고 자지러졌고, 그제서야 아 이거 염증이다 싶었다. 그러고 나서 곧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고, 내가 제왕절개 후 UTI 왔을 때의 상황이 겹쳐지면서 이건 IV로 항생제를 맞아야 하는 정도의 염증인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때가 새벽 두 시. 남편을 깨워 라피옛 IU 응급실에 들어갔을 때 애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덜덜 떠는 수준이 됨...

IU 응급실에서 채혈을 하고, IV를 잡고, 롸일리에 있는 닥터 톨파디 팀과 전화 연결을 해 롸일리로 전원조치가 내려졌다. 채혈 결과 백혈구 수치가 높아(26.9; 레퍼런스 레인지가 5.0-17.0)) 염증이 맞는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고, 그 결과+롸일리에 가서 하게 될 초음파 결과를 보고 수술팀이 최종 판단을 내릴거라고 했다.

12월 9일 새벽 다섯시

-롸일리로 출발, 여섯시 반 도착해서 응급실로 들어감. 깜깜한 시각에 고속도로를 한시간 달려야 한다는 것 자체가 공포였음.........

로컬 응급실에서 채혈 한 번과 해열/진통제 한두번 외에 다른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애는 롸일리 도착 당시 이미 완전히 녹초가 됨. 졸리고 힘든 애를 붙들고 대기에 대기를 거쳐 초음파를 봤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fluid pocket은 없다는 소견. (물론 크고 작은게 여기저기 있긴 한데 이게 얘 몸이 원래 이렇기 때문에 특별한게 아니라는 듯..) 

여기서 문제의 이상한 당직 닥터 등장. (물론 문제는 얘 뿐이 아니었지만.)
뭔가 횡설수설하시면서..나보다도 잘 모르는 느낌이 확 들었..물론 어딜 가나 KT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알아" 이긴 하지만. 얘는 좀 심함..뭘 물어도 질문의 요지 자체를 파악을 못하고 그냥 본인이 아는, 지금 여기서는 필요하지 않은 정보들을 줄줄, 장황하게 늘어놓기만 하는 느낌. 당신 대체 어떻게 여기 있는거니. 초음파 아까 다 했는데 다시 이동식 초음파 기계를 갖고 와서 이리저리 보더니 잘 모르겠다며 얼버무리기까지. 
 
big pocket이 있으면 거길 찔러서 림프액을 빼내 그걸로 검사를 돌린 다음 염증 여부를 확인하고, 수술방에 올라가 해당 포켓을 째거나 없애버릴 수도 있다, 어쩌고, 하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 닥터 톨파디와 몇 차례의 교신 끝에 재수술 안하기로 결정. 의사 입장에서나 우리 입장에서나 이걸 다시 연다는 건 다시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다시 열지 않고 항생제를 쓰기로 함. 이 최종 결론을 얻을 때까지 애는 물 한모금 못 먹고 대기해야 했는데 이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 만일 재수술 결정이 나면 바로 수술방에 올라가야 하는 거였기 때문. 

오후 2시 반 채혈, 검사상 백혈구 수치 24.3

오후 다섯시, 

- 결국 5층 입원실에 들어가 토요일 오후 5시경 첫번째 항생제 IV로 투약. 입원 첫날 밤 두시간 간격으로 이부프로펜/타이레놀을 번갈아 먹이면서 수액 계속 맞고 시간 맞춰 항생제 IV 투약. 약은 아목시-클라브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바이러스를 잡는다는 클린다마이신. 

12월 10일 새벽 채혈 후 오전에 나온 결과상 백혈구 수치 여전히 높음.(19.2) 

12월 11일 새벽 네시 채혈 후 오전에 나온 결과상 백혈구 수치 여전히 높음. (19.8)

12월 11일 오전, 닥터 에반스 회진. 하루 더 봐서 안 되면 항생제 조치 자체를 재고해야 할 필요에 대해 논의. 
(다음날이 되어도 안 떨어지면 infectious diseases dept. 닥터와 컨설트 하기로)

12월 11일 오후 너댓시 무렵까지도 열이 오르락 내리락. 열이 오르면 몸이 떨리고 애가 눈에 띄게 처짐. 얼굴이 붓고 다크서클 내려오고 난리..

12월 11일 저녁 7시 반, 잠들기 직전 미열이 있어 타이레놀 한번 더 먹임. 그러고 나서는 그날 밤 내내 열 없이 잘 자고 12일 새벽 네 시에 채혈, 오전에 나온 결과상 백혈구 수치 떨어짐. (14.9) 

12일 오전 퇴원 조치. 일주일간 경구용 클린다마이신 복용하면서 다리는 붕대 감아 압박해주고 지켜보기로. 
18일 월요일 톨파디 검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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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WBC 카운트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기전? 
2) KT 서포트 그룹에서 cellulitis 겪는 사람들의 상황과 처치에 대해 좀 더 알아볼 것. 주로 쓰는, 겹치는 항생제가 있는지, 며칠이나 가는지, 며칠이나 약을 쓰는지, 등등
3) 염증이 디벌킹으로 인해 '시작'될수도 있는건지. 

For future reference:

1) 평소 기초 체온과 맥박을 주기적으로 체크/기록해두기
2) 다리 둘레 주기적으로 체크/기록해두기
3) 2차 디벌킹 후 발등에 생긴게 림피디마라면, 이건 마사지나 압박요법으로 관리해야 하는건지, 그럴 필요와 효과에 대해 알아보기
4) 추후 epiphysiodesis (골단유합술) 고려시에도 염증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서포트 그룹 중심으로 알아보기


장난감은, 만들어 놀아야 제 맛! by Alyson

며칠전에 뜻밖의 큰 선물을 받았다. 
기차놀이 테이블 세트. 
아마 수술 후 한달이 다 되어가도록 집안에서만 노는 산이 딱해보여 주신 선물 같은데...
워낙 큰 선물이라 고맙게 받긴 했는데 뭔가 우리랑 안 맞는 느낌이랄까..ㅋㅋㅋㅋ
크고 거창한 장난감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거 살 돈도 없고, 
또 애 생일이랍시고 선물 공세하는 것엔 더더욱 의미를 두지 않는 우리 부부의 철학(!)상
아직 애한테 '생일 선물'이라거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장난감을 사 줘 본적이 없다.
뭘 사더라도 대개 중고품을 사기 때문에, 애한테 '새' 장난감을 사 준 적이 최근에 들어서야 딱 한 번 있었다.
(게다가 그게 기차놀이 장난감이었다..우리는 중복되는 아이템은 중고로도 잘 안 사는데...) 
그런 우리 집에 저렇게 떡하니 크고 거창한 장난감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으니 뭔가 어색하다....

그런데 역시 이게 우리만의 생각은 아닌 것이, 
애도 우리랑 성향이 비슷해. 
테이블 위에서 기차놀이 하는거야 한번에 5분, 10분 하면 땡. 
저렇게 다 '만들어져 있는' 상태의 장난감은 얘한테는 잘 안 맞는다. 
제 마음대로 이리저리 변형 가능하고 다양한 놀이가 가능한 아이템을 선호하지. 
그래서 얘는 기차놀이 테이블 보다 그게 들어 있던 길다란 네모 박스 두 개를 더 좋아라 한다.
박스를 '욕조'라 칭하며 안에 들어가 몸 씻기 놀이를 하기도 하고, 
박스 두 개를 경사지게 붙여 놓고 자동차를 굴리며 놀고, 
박스 두 개를 나란히 붙인 다음 위에 미끄러운 두루마리 종이를 펼쳐 놓은 다음 그 위에 '컨베이어 벨트'라고 쓰고 얇은 책을 하나씩 올려 휙, 휙, 미끄러트리며 논다. 그렇게 해서 책이 컨베이어 벨트 끝에 놓인 통에 차곡 차곡 쌓이면, 그 책을 책장에 갖다 끼우는 건 놀이 파트너인 엄마의 몫! 
오늘은 심지어 박스 두개를 이어 붙인 다음 뒷자리엔 빈백을 놓고 앞에 지가 앉아서는 '산타 썰매'라고 이름 붙였다. 호우호우호우, 하고 산타 웃음을 따라 하면서. ㅋㅋㅋ 


역시, 장난감은, 직접 만들어 놀아야 제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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